유럽에서 찾는 원료와 브랜드 이야기 · 02

아티초크, 애정과 애증 사이

글 Bayern J#아티초크 #상품기획 #파트너

빛바랜 원료 설명서에서 발견한 가능성. 아티초크와 함께 시장을 만들고, 끝내 손을 놓기까지의 시간은 지금 내가 유럽에서 원료를 찾는 이유로 이어졌다.

오래 마음에 남은 이름, 아티초크.
오래 마음에 남은 이름, 아티초크.AI 생성 일러스트

건강식품 업계에서 약 25년을 일하며 수많은 원료를 만났다. 그중에서도 아티초크는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가능성을 알아본 기쁨과 함께 키운 사업에서 물러나야 했던 씁쓸함. 이 이름을 떠올리면 지금도 두 감정이 함께 따라온다.

01 먼지 쌓인 자료에서 가능성을 찾다

2010년대 초반, 서울의 한 제약사 회의실. 내 앞에는 빛바랜 서류와 초록색 식물이 그려진 원료 설명서가 놓여 있었다. 이름은 아티초크. 당시 내가 만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이름부터 설명해야 하는 낯선 소재였다.

나는 소화건강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었다. 그때 만난 아티초크는 국내 한 제약사가 수입과 기능성 인정에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던 원료였다.

자료를 살펴볼수록 아쉬웠다. 준비된 원료가 있는데, 이 원료를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로 소개할지는 아직 선명하지 않았다. 나는 이 낯선 소재를 소비자의 일상과 연결해 보고 싶었다.

원료 설명서 속 이름 너머에는, 밭에서 자라는 하나의 식물이 있다.
원료 설명서 속 이름 너머에는, 밭에서 자라는 하나의 식물이 있다.AI 생성 재배 일러스트 · 특정 농장 사진 아님

02 낯선 원료를 소비자의 언어로 옮기다

내가 주목한 것은 소화건강이었다. 원료 설명서에 적힌 내용을 나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가 자신의 일상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싶었다.

병원과 기업의 협업을 통한 상품개발을 시도했고, 판매업체들과 출시 방법을 논의했다. 자료를 검토하며 제품의 방향을 잡고, 그 방향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옮겼다. 원료를 안다고 곧바로 팔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낯선 원료를 소비자가 만나는 제품으로 옮기던 시절.
낯선 원료를 소비자가 만나는 제품으로 옮기던 시절.필자 제공 원고 수록 제품 자료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를 이어가면서 조금씩 반응이 쌓였다. 낯선 이름을 알리고, 구매로 연결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과정은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 아티초크가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03 느리지만 꾸준히 쌓아 올린 시장

이후 나는 국내 독점 운용을 맡게 됐다. 원료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 일이, 이제는 내가 책임지고 키워야 할 사업이 된 것이다. 아티초크에 대한 애정도 그만큼 깊어졌다.

시장은 계속 바뀌었다. 소비자의 관심을 단번에 붙잡는 이름과 문구를 앞세운 제품들이 등장했다. 소화건강이라는 주제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우리 방식이 더디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우리는 소화건강이라는 주제 안에서 소비자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판매가 조금씩 늘어날 때마다, 더디더라도 이 소재를 제대로 설명해 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아티초크는 그렇게 내가 오래 키워 보고 싶은 사업이 됐다.

04 애정이 깊었던 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약사 측을 통해 다른 기업의 신규 사업과 독점계약 논의에 관한 연락을 받았다. 기존 사업 관계를 정리해 달라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나 역시 독점 운용 계약을 갖고 있었기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장을 만들어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그만큼 관계에 대한 믿음도 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뢰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느꼈다. 나는 결국 물러났다. 내 손으로 키운 자식을 다른 부모에게 보내는 기분이랄까. 쉽게 돌아서기 어려웠지만, 더는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티초크 자체가 싫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복잡한 감정이 남았다. 소재에 쏟은 애정은 그대로인데, 그 소재와 함께한 사업은 씁쓸하게 끝났다. 내게 아티초크가 애정과 애증 사이에 놓인 이유다.

이제는 유럽에서, 다음 소재와 함께할 사람을 찾는다.
이제는 유럽에서, 다음 소재와 함께할 사람을 찾는다.AI 생성 유럽 풍경 일러스트 · 실제 방문지 사진 아님

05 그리고 지금 나는 유럽에 있다

이 경험은 지금 내가 일하는 방식에도 남아 있다. 원료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가치를 이해하는 파트너와 함께,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지금 유럽에서 원료와 제품을 살피고, 현지 파트너들과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떤 원료를 썼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소비자에게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더 가까이에서 확인하고 싶어서다.

클린라벨과 가치식품 관점의 상품기획도 여기에 이어져 있다. 원료와 성분, 제조 과정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직하게 설명하고 싶다. 그 식품이 누구의 일상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도 묻고 싶다.

내가 말하는 가치식품은 소비자가 선택할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식품이다. 맛과 편의성은 어떤지, 원료는 어디에서 왔는지, 그 차이가 제품에 어떻게 담겼는지. 나는 그 질문을 품고 다음 소재를 살피고 있다.

지금도 아티초크를 보면 그때의 자료와 회의실, 함께 제품을 만들던 시간이 떠오른다. 내가 계속 맡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그 답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다음 원료를 만날 때 무엇을 살펴야 할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유럽에서 다음 가능성을 찾는다. 아티초크에 쏟았던 애정은, 그렇게 지금의 일로 이어지고 있다.

함께 만들 다음 이야기

다음 제품을 준비하는 기획자,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인플루언서, 차별화된 상품을 찾는 유통업체라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아직 소재의 이름을 몰라도 좋다. 고객층과 판매 채널, 관심 있는 식품 분야부터 알려주시면 좋겠다. 그 고객이 선택할 이유가 있는 유럽 소재를 찾는 일부터 함께 논의해 보자.


아티초크의 경험에서 꺼낸 사업의 힌트는 유럽의 낯선 소재가, 당신의 다음 대표상품이 된다면?에 이어서 적었다. 유럽 소재와 한국 시장을 연결하는 공동기획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뒤집어보세요. 답은 언제나 뒷면에 있습니다. — Bayern J

Bayern J | 기초의학을 공부하고 건강식품 업계에서 약 25년간 학술 업무와 상품·사업기획에 참여했다. 현재 유럽에서 원료와 제품을 탐색하며 클린라벨과 가치식품 관점의 상품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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