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찾는 원료와 브랜드 이야기 · 04

좋은 물건은, 누구를 만나야 빛날까

박람회 방문후기

글 Bayern J

9월 27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열린 유기농 전문 박람회 BioSüd를 찾았다. 일반 소비자에게 개방된 행사가 아닌 만큼,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 궁금했다. 나 역시 한국에 소개할 만한 상품과 생산자를 만나고 싶다는 기대를 안고 전시장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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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와 제조/생산자와의 만남의 장_유기농박람회Bayern J 촬영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AI일러스트

좋은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모였다

9월 27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열린 유기농 전문 박람회 BioSüd를 찾았다.

일반 소비자에게 개방된 행사가 아닌 만큼,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 궁금했다. 나 역시 한국에 소개할 만한 상품과 생산자를 만나고 싶다는 기대를 안고 전시장에 들어섰다.

안은 생각보다 북적였다. 진열된 제품을 들여다보는 사람, 작은 조각을 맛보는 사람, 부스 담당자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통로를 채우고 있었다. 내가 둘러보는 동안에는 아시아인 방문객을 거의 보지 못했다. 현지 유기농 시장의 일상 안으로 잠시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수출이나 대량 주문, 별도 제품 생산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내가 경험한 대화의 흐름은 조금 달랐다. 생산자와 전문 유통업체, 소매판매점이 만나 서로의 상품과 필요를 확인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자기 매장에 새롭게 놓을 물건을 찾고, 기존에 알고 있던 브랜드의 신제품을 살펴보고, 그 물건을 만드는 사람에게 직접 질문하는 시간.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조금씩 시선을 바꾸게 됐다. 당장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지와 함께, 이곳에서는 좋은 상품을 어떻게 소개하고 선택하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상품 옆에는 생산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생산자의 얼굴과 사육 방식을 전하는 전시 부스. · 현장 사진 기반 AI 일러스트
생산자의 얼굴과 사육 방식을 전하는 전시 부스. · 현장 사진 기반 AI 일러스트Bayern J 촬영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AI일러스트

전시장에는 치즈와 유제품, 음료, 일상에서 먹는 식품과 식물 원료를 활용한 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상품도 많았지만,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제품 주변의 설명이었다.

한 유제품 부스는 농부의 얼굴과 뿔 있는 소를 크게 내걸었다. 치즈 진열에는 건초와 산지 풍경이 함께 놓여 있었다. 포장과 이름을 보여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제품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만듭니다.”

내게는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사진과 전시만으로 생산의 모든 과정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생산자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지는 엿볼 수 있었다.

그 앞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소매판매점들의 입장도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소개할 것인지, 지금 판매하는 제품들과 잘 어울리는지, 가격과 품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상품을 먼저 만나는 즐거움도 있을 테다. 직접 맛보고 질문하면서, 포장지만 보아서는 알기 어려운 내용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박람회의 풍경이 조금 다르게 읽혔다. 진열대 사이에서 오가는 것은 상품 정보와 함께, 앞으로 고객에게 전해질 이야기이기도 했다. 생산자의 말이 판매자의 이해를 거쳐 매장의 설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문득, 한국의 인플루언서들이 떠올랐다

상품을 사이에 두고 설명을 듣고 나누는 사람들. · 현장 사진 기반 AI 일러스트
상품을 사이에 두고 설명을 듣고 나누는 사람들. · 현장 사진 기반 AI 일러스트Bayern J 촬영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AI일러스트

그 모습을 보다가 한국의 인플루언서 셀러들이 떠올랐다.

내가 만난 셀러들도 진정성 있는 상품을 찾는다. 자신이 먼저 경험하고, 좋다고 판단한 것을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한다.

“내가 경험해보니, 이런 가치가 있더라.”

그 말을 듣는 팔로워는 제품의 설명과 함께 소개하는 사람의 취향과 판단을 받아들인다. “나도 당신이 느낀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그 관계는 좋은 상품이 알려지는 데 큰 힘이 된다. 규모가 작은 생산자라면 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물건이 있어도, 그 가치를 알아보고 설명해줄 사람이 없으면 고객에게 닿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상품을 소개하는 사람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생산자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장점을 발견하고, 고객의 생활에 맞는 언어로 풀어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상품의 가치가 한층 선명해진다.

하지만 함께 일을 준비하다 보면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도 있다.

먼저 경험하고 싶다는 바람이 나만 팔고 싶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좋은 상품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남길 수 있는지에 집중될 때다.

판매에는 이익이 필요하다. 상품을 설명하고 고객을 만나며, 판매 이후를 책임지는 일에도 비용과 노력이 든다. 독점도 그만큼의 투자와 책임이 따른다면 논의할 수 있는 조건이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그 균형이다. 자신이 가져갈 몫을 이야기할 때, 좋은 물건을 만들어온 생산자의 몫과 자신을 믿고 구매하는 고객의 입장도 함께 생각하고 있는가.

좋은 상품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시작한 관계가 거래 조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방향을 지키는지, 나는 그 부분을 보게 된다.

물건을 보고, 사람을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 함께 일할 사람을 생각했다. · 현장 사진 기반 AI 일러스트
돌아오는 길, 함께 일할 사람을 생각했다. · 현장 사진 기반 AI 일러스트Bayern J 촬영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AI일러스트

그렇다고 유럽의 판매자들은 모두 다를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루 동안의 박람회 방문으로 그들의 거래 방식이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다. 이곳에서도 가격과 이익, 판매 조건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다만 생산자와 소매판매점이 마주 앉고, 제품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일의 기준을 다시 생각했다.

나는 어떤 상품을 찾고 있는가. 그리고 그 상품을 누구와 함께 소개하고 싶은가.

가치 있는 상품을 찾는 일과 그 가치를 잘 전달할 사람을 찾는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상품이 좋아도 설명이 과장되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생산자의 철학이 훌륭해도, 판매 과정에서 그 이야기가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한 사람의 정직한 경험과 세심한 설명이 작은 브랜드를 빛나게 만들기도 한다. 제품의 장점과 한계를 이해하고, 누구에게 잘 맞는지 살펴보며, 고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생산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태도. 고객의 신뢰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 자신의 이익과 함께 거래가 오래 이어질 조건을 생각하는 자세.

유럽 현장에서 상품을 찾는 나 역시 그 기준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가 먼저 충분히 이해하고, 확인한 만큼 설명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신중하게 만나야 한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몇몇 업체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거래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서로의 생각과 조건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좋은 물건을 찾으러 간 박람회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 물건을 함께 전할 사람을 생각했다.

좋은 물건은, 누구를 만나야 빛날까. 그리고 나는, 그 가치를 더 빛나게 하는 사람인가.

BioSüd의 입구에서 시작된 하루. · 현장 사진 기반 AI 일러스트
BioSüd의 입구에서 시작된 하루. · 현장 사진 기반 AI 일러스트Bayern J 촬영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AI일러스트

Bayern J | 기초의학을 공부하고 건강식품 업계에서 약 25년간 학술 업무와 상품·사업기획에 참여했다. 현재 유럽에서 원료와 제품을 탐색하며 클린라벨과 가치식품 관점의 상품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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