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쌍화탕이 있다면,
독일에는 토니쿰이 있다
독일의 건강제품 매대에
‘마시는 병’이 눈에 띄는 이유

“몸 좀 챙겨야겠다.”
한국에서 이 말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쌍화탕 한 병, 홍삼액 한 포. 몸을 챙기는 마음을 ‘마시는 한 잔’에 담는 방식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독일의 건강제품 매대를 바라보면 비슷한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허브를 배합한 토니쿰(Tonikum), 식물을 짠 즙, 철분을 담은 액상 제품까지. 모양과 원료는 다르지만, 병에서 일정량을 따라 마시며 자신을 돌본다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물론 쌍화탕과 독일 토니쿰의 처방이나 효능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서로 다른 문화에서 이어져 온 ‘마시며 몸을 챙기는 습관’이다.
그렇다면 독일에서는 이런 제품들이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독일의 자연요법 전통을 들여다보면, 허브는 생활과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니었다. 19세기 제바스티안 크나이프의 건강관리는 물, 운동, 식사, 약용식물, 균형 잡힌 생활을 함께 다뤘다. 식물은 일상을 돌보는 여러 요소 중 하나였다. 이 전통은 2015년 독일 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에도 올랐다. [1]
이러한 생각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게 해준 공간도 있었다. 독일의 자연식·건강제품 전문점인 레폼하우스(Reformhaus)다.

레폼하우스의 공식 역사는 1887년 베를린에 문을 연 ‘건강 센터’에서 출발한다. 산업화 속에서 자연에 가까운 생활을 추구했던 생활개혁 운동, 레벤스레폼(Lebensreform)의 영향을 받은 매장이었다. 건강한 먹거리와 자연요법 관련 제품을 만나는 유통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2]
이런 배경 속에서 식물을 액상으로 담는 서로 다른 방식도 발전했다.
하나는 신선한 식물을 짜서 마시는 방식이다.

약사 발터 쇠넨베르거는 신선한 식물즙을 보존료 없이 공급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1927년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생산시설을 세웠다. 회사가 소개하는 초기 제품에는 쐐기풀과 산사나무 등의 즙이 등장한다. 이 제품들의 출발점은 오늘날의 캡슐을 액체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짜서 그 즙을 이용한다는 발상이었다. [3]

또 하나는 여러 원료를 배합해 만든 토니쿰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펠헤르츠(Doppelherz)다. 공식 연혁에 따르면 1919년 허브 등을 이용한 토니쿰 배합이 개발됐고, 1921년 첫 판매와 상표 등록이 이뤄졌다. 이후 1950년대 광고와 1982년 시작된 TV 광고 등을 거치며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4]

여기에는 전통뿐 아니라 기업의 제품화와 광고, 유통의 역할도 있었다. 식물을 활용하던 방식이 병에 담긴 상품이 되고, 매장에서 반복해서 접하는 익숙한 브랜드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액상 건강제품은 허브를 활용하는 전통, 제조 기술, 전문 매장과 브랜드가 함께 만들어 온 제품군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독일인 전체가 정제나 캡슐보다 액상을 더 선호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왜 특정 매장에서 액상 제품의 존재감이 큰지 이해할 단서는 된다.
오래된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면, 다음에는 병의 뒷면을 볼 차례다.
어떤 식물을 사용했는지, 즙인지 추출물인지, 한 번에 얼마나 섭취하는지. 당류나 알코올은 들어 있는지, 식품인지 의약품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쇠넨베르거의 약용식물즙처럼 의약품으로 안내되는 제품도 있다. ‘식물로 만들었다’는 말만으로 일반 음료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래됐다는 사실은 관심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좋은 제품이라는 판단은 구체적인 원료와 배합,
품질과 근거에서 나와야 한다.
이제 이 관심을 한국형 토니쿰을 기획하는 일로 이어가려 한다.
먼저 해외 토니쿰에 사용된 원료들의 특성과 기능성 근거를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어떤 원료를 왜 선택했는지, 어떤 배합과 제조 방식을 적용했는지, 그 근거가 실제 제품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한국의 원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우리 소비자의 입맛과 생활에 맞는 배합과 섭취 방식을 설계해보고자 한다. 원료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원료의 특성과 안전성,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다.
한국의 쌍화탕과 독일의 토니쿰에서 발견한 ‘마시는 건강관리’의 접점.
이번 이야기는 그 접점을 바탕으로, 한국 원재료의 가치를 담은 한국형 토니쿰을 기획하기 위한 시작이다.


